불치병



     

    불치병

                                                              문호경


     

    간절한 것은 늘 가까이 있지 않고
    떠나야 만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들은 예외없이
    되돌아올 만큼만 떠나보고
    가끔은 불가항력으로 울안을 벗어나게 되면
    거기에 혹시나 뿌리내려버리고
    몸은 마음을 잃고
    혹은 마음이 몸을 잃고.


    사람이 '그립다'는 말
    살며 한번이라도 안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누구의 '그리움'이 되기보단
    그리워하는 일에만 단련되다가
    살아 있는 것마저도 희박해지면
    마른 땅에 얕게 내린 뿌리를 거두고
    제 가슴을 치고간 진동
    그 발원지를 찾아나선다.


    나설수록 서러운 발길 너무 무거워
    아무 언덕이나 쉬어가다
    다시금 뿌리내리고 거두기를 반복하면서
    몸은 마음을 잃고 혹은 마음이 몸을 잃고
    아차, 무릎 치고 하늘 보면
    주야로 해와 달은 그냥 떴다 지고

     

     

     

    Posted by sy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