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문호경 간절한 것은 늘 가까이 있지 않고 떠나야 만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들은 예외없이 되돌아올 만큼만 떠나보고 가끔은 불가항력으로 울안을 벗어나게 되면 거기에 혹시나 뿌리내려버리고 몸은 마음을 잃고 혹은 마음이 몸을 잃고. 사람이 '그립다'는 말 살며 한번이라도 안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누구의 '그리움'이 되기보단 그리워하는 일에만 단련되다가 살아 있는 것마저도 희박해지면 마른 땅에 얕게 내린 뿌리를 거두고 제 가슴을 치고간 진동 그 발원지를 찾아나선다. 나설수록 서러운 발길 너무 무거워 아무 언덕이나 쉬어가다 다시금 뿌리내리고 거두기를 반복하면서 몸은 마음을 잃고 혹은 마음이 몸을 잃고 아차, 무릎 치고 하늘 보면 주야로 해와 달은 그냥 떴다 지고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임옥당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본다. 한 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혼자라는 건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들러 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 사진 출처 : 길동무님 다음카페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 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폭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6 - 황혼 개밥바라기 별랑 노양식 그 기타 소리에 흔들리다 보면 금세 쉰이 되고 예순이 될 것 같다 저 황혼보다 먼 곳에서 일흔의 어머니 하혈을 하고 있다